대간18차 우중산행이야기~~미란

 

길고긴 산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거기다 우중산행까지 겹쳐

단단한 각오로 대간길을 나선터,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날씨탓에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답니다.

우중인지라 느긋이 쉴 수도 없었고

춥기도 했고.

줄창 걷기만 했네요.

빗속을 여럿이서~~~~

 

평소 때보다는 아주 이른 시간인 저녁 8시에 출발하기로 해서

법총 퇴근 후 바로 온다고 많이 분주했지요.

부산은 이미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모처럼 긴 여정이라 버스에서 길게 잘 수 있었네요.

목적지에 도착한시간이 140분정도,

그전에 휴게실에서 대충 우동이라도 먹어서 바로 준비해서 산행길에 올랐지요.

부슬부슬 비는 계속 내릴 태세이고 우중산행 단단히 각오를 해야 했답니다.

이번구간이 몇 번이나 연기되고 결국은 금지구간을 풀지 못한 채

새벽을 이용해 초소를 지나야 하니 이런 한밤중에 대간길을 나선 것이지요.

 

초입부터 지루한 계단길이 시작되는 오르막이었지만

한치의 지체함도 없이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오르막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죠.

앞만 보고 땅만 보고 가노라니…….

이윽고 첫봉우리인 노인봉에 올랐고

계속되는 대간길은 어둠속에서 특히 개스속에서 오리무중인 관계로

길 잡는다고 잠깐을 헤매기도 했지요.

그걸 알바라 한다죠?

무슨 소린가 했어요.

잠깐 서있는데도 새벽바람에 그것도 비속이라 많이 추웠답니다.

새벽이 밝아오면서 시야가 좀 트이니 살 것 같데요.

다행히 코스자체가 오르내리막이 없는 평범한 길이어서

24km 이상 되는 거리지만 걸을 만해서 참 다행이었답니다.

드디어 바람개비가 나타나고 긴 초원이 시작되는 지점이 .

개스 때문에 시야는 안좋았지만

툭 터인 초원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지요.

물론 더 나은 전망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말할 것도 없구요.

하지만 이정도의 비여서 불행 중 다행이었겠죠?

알록달록 비옷과 배낭커버의 천연색들이 무척이나 생동감 있게

지친 대간길에 활력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비 맞으며 쭈그려 앉아 아침을 먹을 때는 뭔짓인가도 싶데요.

정말 좋아하지 않고는 미친 짓에 가까운 행동일수도…….

추위 때문에 약간의 고생은 있었고 체력소모도 평소보다 많았지만

산행시간은 덕분에 단축시킬 수 있었답니다.

추워서 제대로 느긋하게 쉴 수도 없었구요.

잠시 숨 고르고 배낭 풀고 잠깐의 휴식이 다였으니까요.

11시간 반 예정이었던 시간을 9시간 반으로 줄였으니 대단했죠?

마지막 전망대가 나오면서 그나마 안개사이로 첩첩 산들의 모습이 보여지고

그리 멀지않은 곳에 대관령휴게소가 보이니 곧 산행도 끝나려나 봅디다.

내려오는 길 따문따문 피어있는 철쭉꽃과 붉은 병꽃나무등등

비속에서도 그 젖은 꽃망울을 안겨주니 큰 행복이었지요.

특히 연초록 새순들의 향연은 화려한 색 못지않은 매력이 있더라구요.

가문비나무였나요?

연초록의 이파리가 넘 예뻤답니다.

드디어 도로가 보이고 저 멀리 우리의 애마가 보이니 이제는 진짜 끝인 게지요.

정말 우중에 수고 많으셨네요.

개울가에서 흙묻은 신발도 씻고 차에 오르니

근사한 사우나가 우릴 반겼고 황태촌에서 시원한 황태찌게로 포식을 했답니다.

 

염려한 만큼은 고생이 크지 않았던 느낌이었고

어느새 가슴은 뿌듯함으로 노곤함으로 부산을 향하고 있었답니다.

용마대간님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왕대장님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표식깃발 하나 없이 길 찾으신다고 고생많으셨구요.

정말 존경합니다. 멋쪄부러~~~

 

 

2009.05.22 10:22:52 (113.130.182.167) 산바라기팬

대간각시 미란씨!!

고생 많이 했습니다.

난 망망대해를 전망대에서

봤는데, 미란씨는 어떻했어예?

깊고 푸른 바다 울릉도에서 본 것과

똑같았습니다.^^

즐독하고 갑니다.

 

 

김태훈 : 대간산행은 후기가 있어야 제맛이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2009-05-21 - 13:21:02]

김동환 : 안그래도 생각 많이 났습니다.

우중에 산행이라 힘들고 지루하지만 먼 훗날 추억이 새롭겠습니다. 또한 대간 수필집에 한페이지로 멋진 글이 되겠습니다.앞으로도 계속 좋타카이~~~~대간팀 파아팅, 건투를 빌면서~

[2009-05-21 - 15:33:42]

민병현 : 정말 sincere, consistent & crazy한 사람만이 대간을 완주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요즘 회자되는 말 중에 지속가능성(sustainable ability)이란 말이 있죠...딱 이말이 대간팀에게 어울리겠네요...

[2009-05-21 - 17:51:36]

이형근 : 아마도 난 일생에 백두대간 완주는 마음은 원이로되

달성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정말 대단하고 부럽다.

미란씨의 맛갈스런 후기와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참고로 sustainable or alternative energy sources(지속가능한 대체 에너지 자원), sustainable development/growth(지속적인 발전),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참 좋은 말이다.

[2009-05-21 - 18:15:14]

유영배 : 대단합니다.

몸과 마음으로 느껴집니다.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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