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23 21:41:42 (*.184.134.27)
42
드디어 대간의 대미를 장식하는 지리산으로 떠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부산진역에서 밤12시에 출발,
세석산장에서 1박을 하는 지리산종주코스이지요.
이제 최기사님이 운전하는 야간버스에 오르는 것도 마지막인가 봅니다.
처음엔 참 힘들었는데 이젠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게 되었으니.....
장마 소식이 있긴 했는데 큰비 소식은 없으니 다행이었죠
그래도 산중의 날씨란게 늘 예측불가능한지라.....
3시반쯤 성삼재에 도착하여 1진 32명은 산행 준비를 하며 곧 출발하려는데
지리산 종주는 산을 좋아하는 산꾼들에게는 늘 인기있는 코스라
벌써 몇 대의 버스가 올라와 준비하고 있었고 이미 길 떠난 팀도 있을 만큼 붐비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고 랜턴불빛 사이로 안개만 자욱할 뿐......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은 돌길로 잘 정비되어 있어서,산길이라기보다는
경사도 전혀 없는 산책로마냥 고속도로같은 느낌이었죠.
어둠 속이라 주위가 어두웠지만 어렴풋이 노고단에 도착,
곧 아침이 밝아오는 조짐과 함께 다시 앞으로 전진....
임걸령에 도착하여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을 먹으니 날은 이미 밝아온 상태,
그래도 날씨는 여전히 지푸린 하늘,
코스 자체는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숲속길이 많은 데다 바람이 전혀 없어 높은 습도 때문에
얼마나 더웠던지 ,또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던지...
더러는 푹신한 흙길도 제법 있었지만
대부분이 돌길로 이루어졌던지라 발바닥이 제법 아팠던 느낌도
게다가 전날 내린 비가 나뭇잎 위에서 방울방울 흩어지니 바위들이 젖어있어 미끄럽기도 했구요.
날씨탓도 있지만 코스 자체가 별로 전망있는 코스도 아니었고
거리는 제법 되는 지라 많이 지루한 느낌이었어요.
삼도봉을 지나고
토끼봉을 지나 연하천도 지나고
벽소령까지의 코스가 제법 까다롭고 힘들었지만 무사히 도착,
산장 뒷편에 자리잡고 테이블에 앉아 우아하게 점심을 먹을 수 있었지요.
물론 라면이었지만. 훌륭한 점심이었죠....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이미 라면을 끓이고 있어서 늦게온 후미라 바로 먹을 수가 있었느니 이 아니 고마울 수가......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1시20분경 출발,
산장을 배경으로 한 푸른 산의 모습이 참 이국적으로 느껴졌어요.
물론 아름다웠지요.
선비샘에 도착하여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단체로 복숭아통조림을 구입하여 한입식 얻어먹으니
달콤함이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하더이다.
지리산은 군데군데 샘터가 있어 무거운 물을 지고 갈 일이 없어 다소 수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거리자체가 있기 때문에 체력 소모는 좀 있는 편이라고....
여기서부터 세석까지의 코스가 전망도 좋고 걷기도 좋은 코스라는데
흐린 날씨 탓에 완전 꽝이었습니다.
그래도 흐리지만 트인 곳이라 바람만큼은 차고 시원했습니다.
간혹 앉아 쉬노라면 바람이 안개를 걷어가 잠깐 동안이나마 지리산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넘 아쉬웠습니다.
늘 힘든 산행 뒤, 멋진 풍경으로 보답을 받아왔건만 이번만은 아니었나봅니다.
오후 늦게나마 세석에 도착할 때 즈음
잠깐 파란 하늘이 나왔다 햇살이 나왔다했지만
오늘 하루 종일 내내 흐림이었으니까요.물론 비 오는 것보다야 나았겠지만요.
세석에 도착하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로 붑볐습니다.
미리 도착한 선두가 테이블을 잡고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고
오기묵대장을 위시한 4분 2진도 미리 도착하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니
이제부터 대단한 저녁파티가 시작되나 봅니다.
오가는 술잔속에 다양한 술 가지수 만큼이나 모두들 얼큰히 취해가고 있었지요.
위스키 몇 종류부터 과실주 종류와 보드카,소주등등....
여기저기 건배의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고.서로를 격려하며 감사해하며
여태까지의 동행에 진심으로 행복했었다고 지리산의 흐린 밤하늘아래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취한 상태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내일의 산행을 위해 꿈나라로......
그렇게 지리산의 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누군가의 코고는 소리와 함께......
2010.06.23 22:45:45 (*.184.134.27)
69
뒷날 새벽,
전 전날 먹은 수면제 덕에 처음으로 바깥 잠을 잘 잘 수 있었지요.
4시에 기상하여 아침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하는데
법총 신발이 없어졌다기에 일일히 신고있는 사람들 신발을 랜턴으로 비춰가면
겨우 찾아낸 사건도 있었구요.
산장에서는 이런 일이 가끔씩 일어난다네요.
아침 안개는 어제보다 더 심한 느낌이 들었고
오늘의 산행이 어떨지 내심 걱정을 하면서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한 시간이 6시 10분,
장터목까지는 계속되는 오르막이 이어지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니 명산은 명산인가봅니다.
장터목산장에 도착하여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천왕봉으로 치고 올라갑니다.
멀리 산의 전경들은 볼 수 없었지만 가까운 숲들의 모습이나
기암괴석들과 고산목, 물이 오를대로 오른 신록의 푸르름.
가끔씩 푸른 얼굴을 내미는 지리산의 하늘까지.....
산행 자체는 언제나 좋습니다.
드디어 천왕봉에 올랐습니다.
센바람이 우릴 먼저 반기니 그것 조차도 즐겁습니다.
우선은 제물을 차리며 대간완주기념식을 치뤘지요.
2년 동안 무사히 안전산행을 하게 해준데 대한 감사의 마음을 산신께 말입니다.
제문을 읽으시는 선배님의 목소리도 감격에 찼고
머리 바닥에 까지 깊게 두 번 절하시는 왕대장님의 모습에서도
여러 회원들의 가슴은 감격과 감동으로 벅찼으리라 생각됩니다.
음복과 함께 제물을 나눠먹으며
마지막 단체사진을 천왕봉에서 마무리하며
천왕봉 정상석에서 개별사진들을 찍으며 하산을 서둘렀죠.
법계사로해서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인데
거리는 짧지만 가파른 코스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코스는 아니라는군요.
하산 시작부터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되었고
위험한 구간은 계단으로 잘 정비되어있는데 그게 오히려 더 힘들게 하죠.
셔틀버스가 다니는 순두류까지의 거리가 왜 그리 지루하게 느껴졌는지,
일요산행객들은 그제사 올라오는 사람도 많았는데
산행 막바지라 더 힘들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죠.
아! 드디어 임도가 보이는 길에 버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후미는 다음 차를 기다려 타기로 하고 앉아서 쉬면서 오늘의 산행을 떠올려도 봅니다.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한 선두가 파전과 막걸리로 우릴 반기고 있었어요.
급하게 한잔 받아마시고 버스가 있는 데까지 걸어갈려니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눈에 익은 버스가 우릴 반기니 진짜로 이제 산행이 끝났나봅니다.
최기사님이 때마침 선곡하신 노래들이 흘러나오니
회원들 함께 따라부르며 오늘의 완주를 축하하니 이아니 즐거운소냐......
목욕을 마치고 급하게 부산을 출발하니
생각보다 차가 밀리지 않아 예상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게 되었지요.
양정에 있는 식당에 도착하여 해단식을 준비하는데
입구에 3단화환3개가 우릴 먼저 반기더군요.
이런 것도 보내나 생각했지요.
먼저 도착하는 대로 식사를 한 뒤 감격스런 해단식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동문들과 가족들이 참석해주셔서 자리를 빛내주셨고
감동어린 선배님들의 말씀도 이어졌고
종주자와 완주자들에게는 종주패가 건네졌고
하고문님의 특별한 선물도 저를 포함한 곁다리 세 사람에게 주어지니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머리를 숙입니다.
마산에서 내내 참석하셔 완주하신 마산형님과
남편의 권유로 참석하게 된 남동생까지 이렇게 챙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기저기 축하의 인사들이 오고갔고
정말 대단한 일을 한거마냥 오늘 하루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가진 것만도 큰 행운인데 말입니다.
식을 마친 뒤 나머지 음식을 먹으며 그 동안의 사진들도 화면으로 감상하며
서로에게 잔을 돌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더가졌지요.
2차 뒷풀이에서도 개인개인 소감을 말하며 지난 2년간의 산행을 돌아봤는데
정말 진한 우정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백두대간 완주라는 타이틀로 산행은 막이 내렸지만
회원들 가슴가슴에는 대간산행의 진한 여운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으로 자리 잡을거라 믿습니다.
대간의 기운과 함께 앞으로의 시간들도 각자 멋진 산행을 계속 해나가리라 믿으며
이만 후기를 마감할까 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글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2010.06.24 10:18:43 (*.22.59.99)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참여하기전부터 산행기와 사진을 보며 너무 부러웠는데, 막상 참여하니 힘도들고,후회도 되고...ㅋㅋㅋ
하지만 지금 저는 행복합니다. 여러선후배님들과 누빈 내땅의 등줄기들이 아련합니다. 선후배님들의 배려도 찌릿합니다.
형수님의 산행기와 모습을 자주뵙기가 어려울듯 하여 아쉽습니다.
형수님!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고 내내 기억하겠습니다. 행복하시고 건강하십시오.
2010.06.25 09:29:42 (*.184.134.27)
이런 산행이야 어렵겠지만 더러 만날 날 있겠죠?
위트 넘치는 태윤씨의 멘트가 그리울 때쯤 산으로 함께 떠납시다.
동창회삼아.....
늘 현재를 열심히 살고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들이 함께 하길요..
2010.06.27 16:45:43 (*.140.101.41)
미란씨 그 동안 수고하였습니다.구간별 후기를 따로 편집하여 보관 프린트하여 한부 부탁,대간 보고서 및 동창회보 백두대간 종주기 연재에 참고 자료로 활용.앞으로 대간 후기는 볼 수 없겠네
| ||
이형근 : |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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